상황에 따라 각각 다르게 판단해야 한다는 원칙을 염두에 두는 것은, 경직된 판단을 피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자체로 문제를 해결해주는 원칙은 아닙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디까지가 "나름대로" 할 만하고 어디부터는 "나름대로" 할 만하지 않은 지를 가려야하는 문제가 다시 남는 것입니다. 사실 이 문제에 마주치는게 진검 승부인데, 이게 까다롭고 골치 아프기 때문에 보통 상식이니 전통이니 하는 일반론에 기대려고 하게되는 것입니다. "이 제껏 그래왔지않는냐?" 또는 "남들 다 그렇게 하는 데 왜 너만 튀려고하니?" 등등... 이런 일반론에 기댄 판단들은 생각해보면 결국 일종의 지적 게으름의 소산인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상황에 따른 개별적 판단"이란 원칙에 기대면, 분명 문제가 더 복잡해지거나, 적어도 해답을 단적으로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되기 쉽상입니다. 이런 "어려운 상황으로" 자신의 생각을 밀어부쳐서 얻는 소득이란, "자신의 문제제기(답답함, 화남, 등등...)가 애당초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는 문제제기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데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애당초 정답이란 없는 문제"라는 것을 이해하면, 문제 자체가 가졌던 무게가 좀 덜어진다고나 할까요? 쉽게 말하면, 화가 좀 쉽게 누그러지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쪽 머리가 뻐근해지는 것은 따로 치고요...

어쨌거나, 아내될 이와 싸운 구체적인 문제는 그가 자기 사진을 Facebook사이트에 올려놓았다는 것에서 비롯합니다. 사진을 올려놓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어떤 사진인가가 문제인 것 같습니다.

얼굴을 좀 희미하게 처리한다거나 약간 틀어진 시각으로 촬영한 사진, 또는 얼굴 일부만 보여주는 사진... 이런 사진들은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그를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알아볼 수 있도록 하면서도, 아무에게나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제가 문제라고 느꼈던, 아니 보다 정확히는 조금 거부감을 느꼈던 것은, 아내될 이가 무슨 광고지에 내는 사진처럼 한 껏 멋을 낸 얼굴을 떡하니 "나 좀 보소"하는 식으로 내걸었다(고 제가 느낀다)는 점입니다.

그는 말하길, 기왕이면 이쁘게 보이는 사진을 내거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그랬다고 쉽게 말합니다. 오히려 제가 보이는 반응이 좀 과장됐다는 투입니다.

그런가요?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왠지 그의 사진을 인터넷에서 보면서, 일종의 허영심이나 순진한 어리석음 같은 것을 느꼈습니다. 허영심이라면, 아마 사진의 주인공이 자기의 잘난 면을 남에게 드러내고 싶어한다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겁니다. 순진함이라면, 인터넷이라는 공간의 특성 상, 사적적인 정보를 함부로 그렇게 내놓는 것이 본인도 알 수 없는 사이 전혀 다른 곳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는 행동이라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이 이상한 것인가요? 아는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목적이라면, 사진은 아는 사람만 볼 수 있도록 하면 될 터인데... 아무나 볼 수 있는 사진으로 둔다는 게 이해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나 볼 수 있게...

제가 이렇게 말하면, 제가 나쁜 (음흉함) 생각을 품기 때문에 그렇게만 보이는 것이라고 당장 면박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제가 어떤 생각을 품었는가와는 별개로 그런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인데 왜 이런 사실을 그대로 인정하지 않으려하는 것일까요?

아닌 말로, 자기 사진이 인터넷에서 모아져서, 자신이랑 전혀 상관없는 성인 사이트에서도 쓰일 수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요? 실제로 얼마전 저는 이곳의 어느 만남주선 사이트에 올려진 개인사진들을 해커가 수집해서 성인 전화사이트에서 기존회원이랍시고 광고용으로 올려놓았다가 문제가 되었다는 얘기를 읽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경우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특히 이런 성인 사이트 개설시, 광고 비용을 절약하려고 이런 식으로 인터넷에서 수집한 사진들을 이용하는 것은, 개인의 초상권 침해 또는 명예훼손과 같은 명벽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쉽게 제제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법적 문제를 피하기 위해, 외국에 있는 서버를 이용해서 사이트를 개설하는 것은, 인터넷 상업활동을 하는 이들에겐 이미 널리 일반화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어쨌거나, 이렇게 문제를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쪽으로만 과장"하지 않더라도, 그렇게 자기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놓고 싶어하는 아내될 이의 마음에서 제가 일종의 허영심을 느낀다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허영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만 쓸 데없이 내보이지 않을 뿐이지요. 허영심이 있고 없고가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행위가 허영된 것인지 아닌지를 따져보지 않는데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허영되었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제 비토에 그가 제대로 변론을 하길 바랬습니다. 차라리 그러면, 제가 설득되어 제 의견을 바꿀 수도 있는 문제니까요.

아쉽게도 그의 반응은, 니가 그렇게 원한다면 바꿔주마... 뭐 이런 식이었습니다. 마치 무슨 시혜라도 베푸는 양! 사실 제가 정말 화가 났던 것은 어쩌면 그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대응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별 그리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쓸 데 없이 고민한다고 하실 수도 있겠지요. 며칠 지나면 저도 그렇게 생각하게 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진 찜찜한 기분이 계속 남아있습니다. 제가 생각을 잘못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뭏든... 여러분은 이런 문제를 겪지 않으십니까?